어린왕자 선을 말하다 리뷰
- 리뷰/책
- 2018. 7. 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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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는데 읽으려고 적어간 책이 모두 대출중이거나 없었다. 어떤 책을 볼까 문학을 봐볼까 철학을 봐볼까 기웃거려 보았는데 딱히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었다. 신간코너 쪽으로 눈을 돌려서 이 책 저 책 들여다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이 얇아서 내가 원하는 책이 나올동안 몇일간 읽으려고 대출을 해서 집에 가져왔다. 그런데 이 책 읽을수록 매력이 있다. 소장할 만한 책이다. 저자의 삶에 대한 철학이 책 전체에 묻어있는데 멋있다. 선승이 뭔지 모르겠으나 저자는 선승이라고 한다.(스님인데 왜 자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린왕자의 책을 불교, 그중에서도 선의 관점에서 풀이했는데 와닿는 말이 굉장히 많고 철학적이다. 요즘 들어 읽은 책들 중에서 이상하게 불교의 교리를 조금씩 접하다 보니 자꾸 불교에 관심이 간다. 불교는 굉장히 철학적인 종교인 듯 하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반야심경에 나와 있는 말인데, 불교에 문외한인 내가 이 어구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색(물질)과 공(없음)은 다르지 않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실체가 없는 것이고 모두 같은 하나에서 나왔다는 굉장히 철학적인 뜻이다. 불교에서는 심지어 나와 부처가 다르지 않고 내가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신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학문적으로 보아도 굉장히 매력있게 느껴진다. 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배우고 알고 싶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배움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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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위에는 온통 공기가 존재하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틀림없이 공기에 둘러싸여서 공기 덕분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좀 더 부연설명하자면 인간은 공기가 존재하고 있는 곳에서 훗날에 태어난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공기가 본질이며 인간은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너무 허무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나는 이런 류의 말들을 좋아한다. 생각할수록 인간은 별 것 아니다. 인생도 별 것 아닌 것 같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
사실을 말한다면 우리들 모두는 이 무아의 동심 세계에서 왔으며 부처의 지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원래 '무아'의 상태, '자유자재'의 상태였는데 스스로 자신의 자아를 조절하지 못하다가 완전히 자아에 휘둘려 버린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말 기묘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설픈 지혜가 생긴 바람에 인간의 원점을 '기억하고 있는 어른은 거의 없는' 것입니다.
어떠한 사람에게든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어느 쪽에 주목할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성격이 좋은 사람은 아마도 장점에 시선을 던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심술기가 있는 사람은 트집을 잡으려고 어쩌면 단점에 시선을 던질 것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는 나의 마음에 달려있다.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 헬조선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 낯익은 것만큼 웬일인지 볼품이 없으며 시시하게 보이는 법입니다. 사람이나 장소나 모든 것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가까이에 존재해 있는 것일수록 가볍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존재하는 곳에서 멀리 가면 훨씬 좋은 것이 있다고 착각합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은 결국 지구 표면에 달라붙어 있을 뿐이며, 평면적으로 사물을 볼 수밖에 없다. 평면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한, 평면상의 차이점만이 아무런 의미 없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저곳 지구 위를 다니면 다른 나라는 역시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풍토가 다르고 살고 있는 사람도 다르다. 인종도 다르다. 문화도 다르다. (중략) 그러나 그 다르게 보이는 모든 것이 우주에서 바라보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소한 차이일 뿐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사소한 것은 보이지 않고 본질이 보인다. 표면적인 차이는 순식간에 사라져 없어지고 똑같이 보인다. 지구 내에 서로 다른 차이점은 현상이고, 본질은 동일성이다. (중략)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은 종족, 민족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똑같이 호모사피엔스라는 동일한 종에 속한다고 느낀다. 대립, 저항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몇 가지의 차이를 전제로 발생하는 것이며, 동일한 것 사이에는 싸움이 없다.
저자가 쓴 글은 아니고, '우주로부터의 귀환'이라는 책의 내용 중 일부분을 저자가 발췌한 것이다.
반야심경 내용 속에 색즉시공 이라는 유명한 말이 나옵니다. 색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존재는 '공'이며 삼라만상은 실체를 갖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주장하지만, 이러한 자신 따위는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무아'입니다.
절대적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여기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은 무한한 인연이 축적되어서 일시적으로 하나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 불과합니다. 자기 자신도 모두 '빌린 것'으로 만들어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육신은 한낱 살점에 불과한데 인간은 왜그리도 보이는 껍데기에 집착하는가. 특히 나.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점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나누는 '평등'의 세계를 향하여 새로운 가치 있는 세계를 둘이 서로 손잡고 구축해 나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멋지면서도 설레는 말이다.
"너는 아직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어린이를 뿐. 저기에 있는 수많은 아이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나는 네가 없어도 좋아. 너도 마찬가지야. 나는 저기에 있는 수많은 여우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하지만 만일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통한다면 우리는 서로 상대방이 소중하게 되지.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단 한 명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단 한 마리밖에 없는 여우가 될 거니까."
"네가 같은 시간에 와 주면 더욱 좋겠어. 예를 들어 네가 오후 4시에 온다고 하면, 나는 3시가 되면 벌써 기뻐질 거야. 그리고 그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나는 더욱 기뻐서 참을 수가 없게 될 거야. 4시가 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거야. 어쩌면 기뻐 날뛸 거야."
'어린왕자' 책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어린왕자 책을 청소년기때 읽었던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읽고 싶어졌다. 성인이 되어서 읽으면 분명히 다른 느낌이 들것같다. 어렸을 때는 그냥 동화인 줄만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저자인 생텍쥐페리는 독자에게 어린왕자를 한글자도 허투루 읽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나 진짜 대충 읽었는데. 다시 읽을게요.
모순되게도 인간에게 가장 커다란 적은 종종 자기 자신일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이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어디에도 끈이 없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자기 자신을 묶습니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의 끈으로 자기를 묶는 소위 '자승자박'이 아니라, 있지도 않으며 보이지도 않는 끈으로 자기 자신을 묶는다는 의미의 '무승자박'입니다. 자의식은 그러한 쓸데없는 끈을 만들어 내어 자신을 묶는 것입니다.
물을 길어 올린 두레박을 왕자의 입에 가까이 대자 왕자는 눈을 감은 채 그 물을 마셨다. 마치 축제의 진수성찬처럼 맛있었다. 이 물은 정말로 보통 물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만큼 맛이 있었던 이유는 별이 총총히 빛난 하늘 아래를 걸어서 우물에 다가가 두레박을 오르내리게 하는 도르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손으로 퍼 올린 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말 마음이 흐뭇해지는 선물 같았다.
요즘 내가 감동과 기쁨을 예전만큼 느끼지 못하는 건 어쩌면 내가 요즘 아무것도 적극적으로 하는 게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성취감 같은 감정도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노력한 끝에 얻은 결과물일 경우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공으로 얻어진 것에 감정이 벅차오를 리 만무하다. 이 나이에 벌써 많은 것을 이루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슬프고 어렸을 때처럼 이루고 싶은 목표가 별로 없다는 것이 슬프다.
자신의 일생을 돌이켜 볼 때, 살아서 좋았다고 실감하기 위해서는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것이 어떨까요? 대상은 가족이든 일이든 친구든 그 외에 무엇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생을 마치는 것이야말로 담백한 인생을 위한 원점이 아닐까요?
사랑하고 싶다. 일생을 바치도록 사랑할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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