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독서 기록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카엘21 2026. 1. 21. 18:33

책을 읽고 얻은 한 줄 :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자.

 

저자인 신영복 님은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대학 강사로 활동하는 등 어리 나이에 지식인 반열에 올랐으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20여년의 긴 복역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들과 주고받은 서신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회의 상류계층으로 살다가 밑바닥 감옥 생활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징역의 삶 속에서도 이토록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니... 나로써는 배울 점이 굉장히 많았고,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깨달은 바도 있다.

 

재력, 지위 다 떼고 모이면 누구나 다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니 조금 더 배웠다고 우쭐댈 것도 없고, 뭐 좀 모른다고 무시할 것은 더더욱 없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 사랑은 선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후(事後)에 서서히 경작되는 것이다. ...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 경우, 그릇으로서의 쓰임새는 그릇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생긴다.
'없음'으로써 ;쓰임'으로 삼는 지혜. 그 여백 있는 생각, 그 유원한 경지가 부럽습니다.

때로는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창문'보다는 역시 '문'이 더 낫습니다. 창문이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문은 힘찬 실천의 현장으로 열리는 것입니다. 그 앞에 조용히 서서 먼 곳에 착목하여 스스로의 생각을 여미는 창문이 귀중한 '명상의 경지'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결연히 문을 열고 온몸이 나아가는 진보(進步) 그 자체와는 구별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고 느끼는 경험이 더 중요하고 값지다.

 

 깊은 밤에는 별이, 더운 여름에는 바람을 거느린 소나기가 있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의 위안입니다.

 

 이처럼 '실천 - 인식 - 재실천 - 재인식'의 과정이 반복되어 실천의 발전과 더불어 인식도 감성적 인식에서 이성적 인식으로 발전해갑니다. 그러므로 이 실천이 없다는 사실은 거의 결정적인 의미를 띱니다. 그것은 곧 인식의 좌절, 사고의 정지를 의미합니다. 흐르지 않는 물이 썩고, 발전하지 못하는 생각이 녹슬 수밖에 없는 이치입니다.

 

 사람의 많은 부분이 상황에 따라 굴절되어 표현됨과 동시에 반대로 상황이 사람의 많은 부분을 굴절시킨다는 사실을 수긍한다면 우리는 상황과 인간을 함께 타매(唾罵)하거나 함께 용서할 수밖에 없다는 겸손한 생각을 길러야 합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그 판단의 주체가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 눈이 달리게 마련이고 자신의 그릇만큼의 강물밖에 뜨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내가 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작은 실패가 있는 쪽이 없는 쪽보다 길게 보아 나은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실패가 있음으로 해서 전체의 국면은 '완결'이 아니라 '미완'에 머물고 이 미완은 더 높은 단계를 향한 새로운 출발이 되어줍니다. 더구나 작은 실패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고 자신과 사물을 돌이켜보게 해줍니다. 
... 실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의 발견이 필요한 것이며, 실패가 값진 것이 아니라 실패의 교훈이 값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발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이고 안도감입니다. 밥처럼 믿음직하고 떡처럼 반가운 것입니다. 헌 옷 걸치고 양지쪽에 앉아있는 편안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