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행복 여행(프랑수아 를로르 저) 책 리뷰
- 리뷰/책
- 2020. 2. 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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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영화로 먼저 접했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영화 초반부터 내 머리를 꽝~ 칠 정도로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영화 속 꾸뻬씨의 현재 모습과 고민에서 내가 보였고 동질감을 느꼈다. 꾸뻬씨는 정신과 의사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를 다 갖춘 사람이다. 예쁜 여자친구도 있다. 부족함 없는 삶이었지만 행복해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에 희노애락이 없었던 것이다. 스트레스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고, 현재 어느정도 달성해서 평탄하게 살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과 오버랩되어 조금 괴로웠다. 회의감을 느낀 꾸뻬 씨는 가진 것들을 잠시 놓고 행복이 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영화가 너무 좋았어서 원작인 책도 궁금해졌고, 얼마 전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꾸뻬는 비비엥이 줄곧 비지니스 클래스로 여행해 오다가, 어느 날 한 단계를 높여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 이후로 계속 그것을 기억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비비엥과 꾸뻬는 지금 완전히 똑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똑같은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둘이 느끼는 감정은 확연히 달랐다. 꾸뻬는 이 모든 것들에 행복해 했다. 비비엥과는 달리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비엥과의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비비엥은 비지니스 클래스로 여행하는 것을 알고 기다렸던 반면, 꾸뻬에게는 이 비지니스 클래스 여행이 뜻밖의 선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꾸뻬는 자신도 다음에 이코노미 클래스를 탄다면 오늘의 비비엥처럼 불만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행복은 목표달성처럼 노력해서 '행복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찾아오는 감정일 수도 있다.
내 얘기네.. 항상 미래를 위한 준비만 하는, 현재는 미래를 위한 과정 쯤으로만 생각하는.. 나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내 얘기네.. 더 큰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느라 현재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이렇게 살다보면 미래에는 행복이 있을까?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부자가 되어 '행복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꾸뻬는 아름다운 경치의 산 속을 홀로 걸으며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 맞아. 순간 순간 느끼는 감정도 행복이야. 난 행복이 먼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해왔어. 바보.
가난한 나라에서 건너온 여자들이 같은나라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며 활짝 웃고 있는 모습과, 잘나가는 증권회사의 직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빌딩을 걸어나오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확실히 행복이 재산순은 아닌 것 같다. 해지만 돈을 중시하는 환경에서 살다보면 돈이 행복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도시를 떠나야 하지 않을까. 잠깐 시골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돈에 이렇게까지 큰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돈이 아니었다. 시골의 사람들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 맛있는 먹거리, 가족들 등에 더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자연히 돈에서 관심이 멀어졌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돈이 최고인 도시에서 살면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인 돈이 자연히 최고의 관심사가 되고, 돈이 부족한 나는 자연히 행복과 멀어지고, 행복의 가장 큰 요소인 돈을 모으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게 되는, 뭔가 악순환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므로 나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 돗자리에 앉아 행복하게 웃고 있던 작은 여자들을 떠올리며.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자 울음을 터트리는 걸 보며.
마약상에게 잡혀가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
해변에서 배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행복한 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이 해변에서 즐길 때는 아름다운 저택과 멋진 자동차를 가진 부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비교도 행복과 관련이 있을 수 있겠구나!
역시 노승다운 가르침이었다. 노승은 침묵 속에서 꾸뻬에게 태고적부터 있어 온 한 가지 영원한 진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것은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근원적인 행복감이었다.
마지막에 노승이 꾸뻬에게 해주는 말이다.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행복은 미래에 있지 않다. 행복은 현재의 선택이다. 목표가 아니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현재에 충실하라는 멋진 말인데, 불행하게도 나는 저 네 가지 중 자신있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단 한 개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현재가 행복한 삶'을 살아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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