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서은국) 초강추 도서!!

 

 행복에 대한 고찰을 철학적이 아닌 진화론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행복은 무엇일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해보고 있다.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고, 행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며 차곡차곡 쌓이고 알게 모르게 고착되어왔던 행복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많이 깨트려주었다. 고마운 책이다. 개인의 행복감에 정답은 물론 없겠지만 모르고 있던 중요한 것 한가지를 알게 된  느낌이다. 그동안의 삶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지도 제시해준 책이다. 이 책도 구매해야지.

 

 그렇다면 빨강이라는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을 분석해야 할까. 세상의 모든 사과? 아니다. 외부의 자극을 합성해 빨강이라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그 경험의 주인, 즉 경험자 그리고 그의 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행복이라는 기분도 결국 나의 뇌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뇌에서 어떻게 행복이라는 느낌을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왜'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물음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인간이 농경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문명을 가진 것은 길게 잡아야 6천년 전부터다. 세대로 따지면 약 250세대. 인간과 침팬지가 진화의 여정에서 갈라진 것은 대략 600만년 전이라고 한다. 약 30만 세대 전. ... 시간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 정도다. 365일 22시간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사냥, 그리고 짝짓기에만 전념하며 살아왔다.

 

 '생명체가 가진 모든 생김새와 습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도구'라는 점이다. 너무 중요해서 다시 한번 쓴다.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특히 '모든'이란 단어에 주목하자.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란 감정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자연은 기막힌 설계를 했다. 내 생각에, 개에게 사용된 새우깡 같은 유인책이 인간의 경우 행복감(쾌감)이다. 개가 새우깡을 얻기 위해 서핑을 배우듯, 인간도 쾌감을 얻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럴수가. 행복은 생존을 위한 '도구'였다. 띵...

 

 왜 이토록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막대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존. 세상에 포식자들이 있는 한, 모든 동물의 생존 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일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진화되어 왔던 것이다.

 

 다리가 잘려나가는 것만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 것이 집단으로부터 잘려나가는 것이었다. 이때 뇌는 '사회적 고통'이라는 기제를 사용해 그 위협을 우리에게 알렸다. 외로움, 배신감, 이별의 아픔, 인간관계에 금이 가는 신호가 보일 때 뇌는 이런 마음의 아픔을 느끼도록 했고, 그 덕분에 더 치명적인 고립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복권 당첨, 새 집, 안정환 골, 짜릿하지만 그 어떤 대단한 일도 지속적인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 그 덕분에 좌절과 시련을 겪고도 다시 일어서지만, 기쁨도 시간에 의해 퇴색된다. 이런 빠른 적응 과정 덕분에 비교적 최근의 일들만이 현재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

 재테크를 통해 돈을 버는 순간은 기쁘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주식을 단타로 하게 되는 이유도 그렇다. 돈을 버는 쾌감을 또. 계속, 반복적으로 우리의 뇌가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험을 한 번  겪으면, 감정이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해 그 후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 고깃국 맛을 한 번 보면 에전의 콩나물국이 왠지 밋밋해지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복권 당첨 같은 일확천금의 경험은 장기적인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저주가 될 수도 있다.

 

 돈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그래서 초콜릿 같은 시시한 것에 마음을 두지 않게 하고, 이런 자극을 음미하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심지어 사람이라는 자극에도 관심을 덜 갖게 한다. 돈을 생각할수록 카페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덜 하고, 어려움을 당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사양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초콜릿을 우습게 생각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될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 대목에서 나를 반성한다.

돈이라는 것이 굉장히 자극적이어서 상대적으로 다른 자극에 둔감해질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becoming(~이 되는 것)'과 'being(~으로 사는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그 집안 며느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아주 다른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한 변신의 순간에만 주목하지, 이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하면 당연히 행복해지리라는 기대를 하지만, 실상 큰 행복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살면서 깨닫게 된다.

 

 우리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산다. ... 고등학생은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생을 직장을 얻기 위해, 중년은 노후 준비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산다. 많은 사람이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전력질주한다. 이렇게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외향성을 과일에 비유한다면, 이 과일은 사회성이라는 즙을 듬뿍 머금고 있다. 외향성과 행복이 깊이 연관된 이유는 사회성이라는 즙 때문이다. ... 사회적 경험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식물에 있어 광합성만큼 중요하다.

 

 행복한 이들은 공연이나 여행 같은 '경험'을 사기 위한 지출이 많고, 불행한 이들은 옷이나 물건 같은 '물질' 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을수록 실소가 나왔다. 나는 정말 행복과는 완벽하게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있었다.

 

 우선 개인의 자유감, 개인주의 국가들이 높은 행복을 누리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쓰지 마라. ...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내가 아닌 타인의 시각을 통해 매사를 판단하고 평가하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행복마저도. ... 과도한 타인 의식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사람과의 관계를 즐겁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본인의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사랑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그의 행복도는 낮다. 반대로 사랑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사람일수록 행복하다.

 

 과도한 물질주의는 행복에 치명적인 결과를 준다. 행복전구를 가장 확실하게 켜지도록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돈에 집착할수록, 정작 행복의 원천이 되는 사람으로부터는 멀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친구가 무조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몇 몇의 '진짜 친구'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유감의 중요성이 또다시 등장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자유감의 부족과 과도한 물질주의 등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의 공통 원인은 너무 예민한 타인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기 인생의 '갑'이 되어 살아보는 것에 좀 더 익숙해지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다. ... 행복한 문화에 사는 사람들은 그녀처럼 자신의 삶과 선택에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친다. 인생의 주도권을 자기가 쥐고 사는 것이다.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다.

 

 행복은 가치나 이상, 혹은 도덕적 지침이 아니다. ...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이냐, 행복한 삶을 살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첫째, 이 둘은 같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는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삶의 선택과 관심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잣대가 필요하고, 많은 경우 그 잣대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다. 

 

 행복하기 위해 쾌락주의자가 되자는 말인가? 다소 그럴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에서처럼 자신을 집단의 일부로 생각할수록 행복의 쾌락적 부분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내일이 없이 즐겁게 사는 여름 베짱이를 한심하게 생각하도록 세뇌받고 살았다. ... 세상 모든 베짱이들이 루저가 된다는 증거는 없다. 수많은 최근 연구들에서 나오는 결론은 오히려 그 반대다.

주관적인 즐거움과 기쁨이 행복해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우선,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둘째, 행복에 대한 이해는 곧 인간이라는 동물이 왜 쾌감을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직결된다. 인간만큼 쾌감을 다양한 곳에서 느끼는 동물이 없다. 쇼팽과 셰익스피어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쾌감은 먹을 때와 섹스할 때, 더 넓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진화의 여정에서 쾌감이라는 경험이 탄생한 이유 자체가 두 자원(생존과 번식)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행복이란 뭘까?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늘 하면서 살아왔다. 나에게 '행복'이란 것은 뜬구름처럼 멀게만 느껴지고 잡히지 않는 존재였다. 집에서 혼술을 하며 '이게 행복이야'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잠시의 도파민 분비에 불과했고 진정한 행복감은 아니었다. 술이 깨면 늘 외로움이 찾아왔다. 이 책을 읽고선 내가 왜 외로움을 느끼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은 왜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어떨 때 행복감을 갖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행복은 의외로 간단했고 단순하게 작동되는 감정이었다. 사람은 참 복잡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참 단순하기도 하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나에게 너무나도 행운이다. 앞으로는 술과 같은 자극적인 쾌감은 멀리하고 초콜릿같은 작은 행복을 가까이 하는 삶을 살 것이다. 행복해지는 법(행복감을 느끼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남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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