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앤 테이크(영리한 기버가 되라?)

 

책에서는 사람을 세가지로 분류한다. 기버와 테이커 그리고 매쳐. 나는 블로그 아이디가 'generousgiver'일 정도로 기버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기버가 된다는건 다른말로 하면 '호구잡히기 쉬운' 사람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주기만 하다 보면 남에게 알게 모르게 당하기 쉽고, 그러다 보면 회의감도 들고 지치기 쉽다. 이 책에서는 기버의 삶을 살면서도 남에게 호구잡히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한마디로 기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이다.

 

 테이커는 노력 이상의 이익이 돌아올 경우에만 전략적으로 남을 돕는다. 기버의 손익 개념은 그 방식이 전혀 다르다. 기버는 자신이 들이는 노력이나 비용보다 타인의 이익이 더 클 때 남을 돕는다. 심지어 노력이나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고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남을 돕는다. 

책을 읽어보니 난 기버는 아닌 것 같다. 기버는 그야말로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기버를 꿈꾸는' 매쳐인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중에 기버는 누가 있을까?

 

 테이커는 약점을 드러내면 자신의 지배력과 권위가 약해질까 봐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기버는 훨씬 더 편안하게 자기 약점을 드러낸다. 그들은 타인을 돕는 데 관심이 있을 뿐, 그들을 힘으로 누르려 하지 않는다. ... 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있다. 약점을 드러내는 태도는 듣는 사람이 화자의 능력을 확실히 알고 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한다. ... 평범한 참가자가 커피를 쏟으면 이미지가 더 나빠져 청중이 그를 싫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뿐이다. 반면 같은 실수를 전문가가 하면 자기보다 우월하게 여겨 거리감을 느끼는 대신 사람들은 그를 인간적으로 보고 친근하게 생각한다.

확실한 우위에 올라가 있을 때의 기버는 매력이 넘쳐보인다. 말더듬이 변호사가 배심원들의 호감을 사 중요한 재판을 이긴사례도 들려준다.

 

 고객을 찾아가면 먼저 벽과 사무실을 둘러보고 그들의 관심사를 파악합니다. 그런 다음 사진 속의 손자나 좋아하는 스포츠팀에 대해 물어보지요. 질문을 하나 하면 고객은 20분씩 이야기합니다. ... 다른 세일즈맨이 한달에 한건씩 계약을 체결할 때 그럼블스는 그 네배의 실적을 올렸다.

 업무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봤던 상대였는데, 사적인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근감이 들어 사적인 관계로 인식이 바뀌었을 것이다. 나도 이런 경험이 많이 있다.

 

 바로 이것이 조언을 구하는 행동의 두 번째 장점이다. 상대가 내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독려한다는 것 말이다. ...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선택지를 제시해달라고 부탁하면, 상대는 우리의 관점에서 당면 문제나 딜레마를 분석한다. ... 조언을 구하는 것은 교묘하게 상대가 자신에게 헌신하도록 이끄는 방법이다. 조언을 해주는 순간 인력관리부장에게는 애니에게 더 큰 투자를 할 마음이 생겼다. 나아가 자기 나름대로 도움이 될 만한 해법을 찾으면서 애니에게 더욱더 헌신했다.

 넛지에서도 이런 사례가 소개된 적이 있다. 예전에 캡쳐해뒀던 건데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런 내용을 적어놓는걸 보면 나도 순수한 기버는 못되는 것 같다.

 

 "나는 이것을 나 자신과 싸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정신적인 무기로 삼았습니다. 해답은 내가 가족을 대표하는 대리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죠. 한 사람의 기버로서 나는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여기서 약해지면 나에게 의자하는 내 가족이 다칠 뿐'이라고 생각하자 죄책감이 사라졌지요." 새미어는 자신을 가족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으로 생각함으로써 더 높은 연봉과 학비 상환을 요구할 수 있었다.

 기버들은 주기만 할 뿐 자신의 이익은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못한다. 남에게 피해가 가는걸 싫어하고 부탁도 잘 못하는 성향이 많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관점을 바꾸면 기버는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한다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 어떤 책이던지 배울점이 반드시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 부분이었다.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조언이다.

 

 자신이 타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은 기버라는 이미지와 사회적 평가를 유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 "고객이 비합리적인 요구를 해오면 나는 그것이 우리 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거나 팀원들을 과로로 죽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설명해요. 고객은 내가 그들을 위해 진지하게 애쓴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부탁을 거절할 때도 효과가 커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죠."

 

 책이 워낙 두껍고 활자도 많아서 다 읽지는 못하고 중간중간 뛰어넘으며 읽었다. 하지만 책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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