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데미안

 

 
독서모임에서 이 책이 선정되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제목은 들어봤지만, 장르가 소설인지도 몰랐었다. 고전소설은 처음 읽어보네 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은 소설이어서 놀랐다.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유년기 성장과정을 그린 소설인데, 사람의 감정 표현을 아주 섬세하고 흥미롭게 묘사했다. 재미있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문체들이 어려웠다.  독서모임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니까 그 무엇도 영원히 '금지된' 것은 없어. 바뀔 수 있는 거지. 오늘날에도 누구든 목사님 앞에 서서 여자와 결혼만 하면 그 여자랑 잠을 자도 되지. 다른 민족들의 경우엔 달라. 오늘날에도 말이지. 그래서 우리 모두는 제각기 무엇이 허용된 것인지, 무엇이 금지된 것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거야. 자기에게 금지된 것을 말이지. ... 다른 이들은 자기 안에서 스스로 계율을 느껴. 그러면 모든 명망 있는 사람이 매일 행하는 일들이 그에게는 금지되기도 하고, 또 보통은 엄금되어 있는 다른 일들이 허용되기도 해.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계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금지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허용되기도 하고, 모두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의 내면은 이런 모습이었다! 인간 쓰레기이자 불결한 놈, 취하고 더러운, 역겹고도 비열한, 끔찍한 충동에 사로잡힌 상스러운 짐승! 나는 그런 모습이었다. 온갖 순수함, 광채와 사랑스러운 애정이 넘치던 정원에서 온 내가, 바흐의 음악과 아름다운 시들을 사랑하던 내가! 역겨움과 분노를 품고 나 자신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술에 취해 자제력을 잃은, 이따금 우둔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 그게 나였다!

누구나 선과 악을 가지고 있다. 아프락시스처럼!
 

그래서 그의 변덕스러운 발상과 관심들은 내게 키워드가 되거나 해결의 원동력이 되곤 했다. 나는 때때로 그가 부담스러워서 주인처럼 쫓아버리곤 했지만, 그래도 그 또한 내게 보내졌음을, 내가 그에게 준 것이 그에게서 두 배가 되어 내게로 왔음을, 그도 역시 내게 길을 안내하는 사람, 또는 길 자체임을 느꼈다. 

주인공이 대학생활 때 우연히 알게 된 크나우어.
누군가가 떠오른다. 우연히 두 세계가 만났다. 그는 나에게 어떤 운명으로 온 것이고, 또 나는 그에게 어떤 운명일까.
 

나는 자연의 내던짐이었다. 불확실성을 향한, 어쩌면 새로움을 향한,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향한 내던짐이었다. 그리고 태고의 깊이에서 나오는 이 내던짐이 완전히 이루어지도록 내 안에서 그 의지를 느끼고, 그것을 완전히 나의 의지로 삼는 것, 그것만이 내 소명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시스다.

역자 해설 : 이 작품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써준 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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